글쓰기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중, 유튜브에서 우연히 이슬아 작가님의 세바시 글쓰기 강연을 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하루의 순간순간들이,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줌 인 되면서 그때 내가 무심코 들었던 감정, 생각 등이 컬러풀하게 되살아나고 글로 불멸화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인생을 두 번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렇게 공감될 수가 없었다. 한 편으론 나도 일간 이슬아같은 (돈을 벌어다주진 못하겠지만)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 시작하는 거라면 적어도 1년은 유지할 수 있는 편안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상 어떤 일이라도 억지로 해서는 한 달 가기도 어려울 것이란 걸 잘 알기 때문에.

 

 

 

 

먼저, 내가 파악한 두 가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첫 째, 아침 시간에 전자적인 방법으로 글을 쓴다. 

침대 옆에 노트와 펜을 구비해 두고 자기 직전에 글을 쓰는 원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한다. 하루 일상 끝에 피곤해서 그대로 곯아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었지만 그 정도로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나를 탓할 수는 없다. 이에 글쓰는 시간을 아침으로 바꾸고, 작성 중 언제라도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전자적인 방법으로 글을 쓴다.

 

둘 째, 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잔근육을 만든다.

사실 좋은 글을 쓰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랜만에 시작한 글쓰기가 서툰 이유도 있겠지만, 블로그에 올린 내 이야기 한 편 쓸 때도 두 시간씩 꼬박 이틀은 소요되는 것 같다. 다 올린 글을 다시 읽다가 수정하는 일도 많다.

나는 프로 작가도, 인플루언서도 아니므로 멋드러진 글을 쓰는 것 보단, 글 쓰는 나와 그 행위에 집중하기로 한다. 당연히 어느 정도 가처분시간의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수 없이 반복하다보면 마치 운동을 하듯 글쓰기 잔근육이 발달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작은 힘이 나중에 어떤 멋진 길을 열어줄 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트러블슈팅한 결과 블로그에 딱 1년, 글을 써 올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이 된 지금까지는 순항 중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유달리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쓴 시나 수필을 읽으면 어떤 내면의 힘이 이런 고찰과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 놀랄 때가 많다. 나는 감성적이지 않다. 내가 이런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면 분명 반 년도 못가 두손 두발 백기 투항이다. 내 경우는 뭐랄까, 새 가전제품을 사면 받는 사용설명서 같은 시야와 비슷하달까. 그래도 일단은 쓴다. 감성은 없지만 끈기와 추진력은 있다. 그런 내가 나름의 생각을 담아 열심히 쓴 글이 우연히 이 곳을 들른 누군가에겐 또 신선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2024년 들어 새로운 계획을 세웠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 내 "블로그 1년 버티기" 프로젝트도 함께란걸 알아줬으면 한다.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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