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꽉 찬 10년을 살면서 늘 남의 집에 월세를 들어 살았다.
처음엔 회사 기숙사를 받아서 같은 회사 여직원이랑 함께 살았고, 다음엔 지방법원 뒤에 위치한, 그 동네에서는 나름 부촌이라 불리는 곳의 번듯한 곳에 세 들어 살았는데 1년을 채 못채우고 급하게 집을 빼야 했다. 집주인이 아들 하나 있는 남자였는데, 갑자기 와이프와 이혼하게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계약된 시간보다 빠르게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하게 더 작은 투룸으로 이동했다가, 이직을 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도시로 왔다.
여기서도 월세 생활을 4년 정도 했고 지금은 드디어 (빚이 잔뜩 낀) 자가에 살고 있다.
제목에 대한 답변을 이제야 하자면, 그렇다. 외국인도 집을 살 수 있다.
일반 아파트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는 타운하우스라고 불리는, 비슷하게 생긴 2층 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 집도 살 수 있다.
이런 집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외국인 명의로 토지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건물을 위로 올리는 개념이니 그렇다 치고, 타운하우스는 마당을 포함하여 내 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도 이것은 되려 '땅을 영구히 사용할 권리'를 사는 것에 가깝다. 나라마다 부동산을 분류하는 기준이 각양각색일테지만 내가 사는 폴란드에서는 그렇다. 타운하우스 역시 아파트처럼 공동관리비를 모으며, 유지보수와 청소를 관리하는 사무실도 따로 있다.
이런 종류의 부동산은 얼마를 사든 제한이 없고, 한국처럼 자가부동산이 한 채건 두 채건 보유세 세율은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다 도시/구역별로 세율에 차이는 있지만 보유세도 상당히 저렴하다!
여기에 더해 건설사에서 직접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 (새 집의 첫 구매자가 되는 경우) 소득세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등기료와 집값만 있으면 추가 세금을 계산하지 않아도 좋다. 나도 건설사에서 직접 새 집을 구매했다.
그렇지만 단독주택을 구매할 때는 경우가 다르다.
토지를 매입한 뒤 그 위에 건축허가를 받아 집을 올리는 형태인데, 이 토지 매입에 대해서는 현지 폴란드인의 명의나 보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남편이 폴란드인이기 때문에 땅은 남편 명의로, 집은 내 명의로 한다던가 하는 옵션이 있지만, 외국인으로서 이 부분이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폴란드에서 부동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를 추천한다.
와! 조언대로 아파트/타운하우스를 구매했다! 이제 들어가 살자!는 천만의 말씀이다.
유럽에선 Development Status 개발 상태라고 해서, 집에 석고만 발린 상태로 판매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경우 주방, 화장실, 심지어 2층으로 가는 계단도 없다.
이러한 사유로 인테리어는 별도의 시공사무실을 직접 발품팔아야 한다.
나처럼 미학적 눈이라곤 쥐뿔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대략적인 컨셉과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몇 장 가져가면 찰떡같이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꾸려 3D로 쫙~ 준비해 준다. 한국이라면 그닥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문고리 손잡이, 화장실 수도꼭지 색깔과 모양, 문 경첩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벽 색깔, 바닥 패널 무늬까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내 취향과 개성이 반영된다.
내 경우 3-4군데 업체를 만나보고, 견적도 받아보고, 시공 예상일정도 비교해서 3명의 젊은 프로젝터들이 운영하는 사무실로 정했다. 이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제 막 비즈니스를 연 젊은 열정과 감각을 서포트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시공과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시 2년 간 무료 보수개런티가 있어서였다.
이런 인테리어 시공을 두 어 차례 경험해 보고 느낀점은 절대로 견적서 상의 금액만 믿고 마음편히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늘!!!!!! 어딘가 숨어있던 문제가 발견되는 바람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상당히 많았으니 말이다. 현금은 견적 대비 2~30% 정도 넉넉히 준비해둘 것을 추천한다.
그 후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구, 가전, 소품 등을 구비하면 이사갈 준비가 완료된다.
천편일률적으로 인테리어까지 완료된 집에 입주하는 한국과는 달리 업체 미팅도 해야하고, 견적도 비교해 봐야하고, 시공에 들어가면 주문한 대로 잘 되어가는 지 감시도 해야하고 이것 저것 챙겨야 할 일이 많아 다소 번거롭지만, 처음부터 내 손으로 골라 준비한 소중한 집이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기분이다.
혹시 외국에 부동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상기 폴란드에서의 내 경험이 참고가 되길 바라며,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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