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헝가리로 출장을 다녀왔다.
내 직책의 경우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홈오피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재택근무 형태로 일하는 관계로 내가 사는 곳 기준 차량 이동 시 8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자진하여 출장을 간다.
출장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함께 출장길에 오른 동료의 업무를 귀동냥할 수 있고 거기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 직원들이 전 유럽에 워낙 분포되어 있다 보니 온라인으로만 보던 이들을 가끔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러 나, 최고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법인카드를 정당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고로상처럼, 출장 가는 곳에 있는 여러 가지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7시간 반 정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사실 그저 자동차에 앉아있을 뿐인데도 엄청나게 피로하다. 길에서 먹을 수 있는 건 햄버거 정도라, 호텔에 체크인을 마치고 나면 속을 데울 수 있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잽싸게 근처 헝가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굴라시 한 그릇을 바닥까지 긁어먹고 나니 집 나간 영혼이 돌아오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제서야 레시피가 어떻게 되지,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돌아가면 남편에게도 만들어줘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청소까지 싹 마친 여유로운 주말시간, 각 잡고 요리를 시작한다.
굴라시용 소고기는 힘줄, 지방을 제거하고 밀가루를 묻혀 잘 익혀준다. 안에 들어갈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좋다. 채소류는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골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구워진 소고기와 단단한 채소(감자, 당근 같은)를 냄비에 옮겨 넣고, 채수를 내서 부어준다.
이후 아주 고운 고춧가루(매운 것, 맵지 않은 것)를 듬뿍 떠서 넣고 마늘, 후추, 치킨스톡 조금, 월계수잎, 소금 등을 넣고 끓인 후, 채소가 조금 익으면 부드러운 나머지 채소를 넣고 1-2시간 약불에서 뭉근히 끓이다 밀가루 한 스푼과 반의 반 컵의 물을 섞은 것을 천천히 넣어 점도를 살짝 높여주면 된다.
완성된 굴라쉬는 삶은 감자나 뉴트럴 한 맛이 나는 식사빵과 같이 먹는다.
나와 남편 모두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서, 엄청 매운 칠리플레이크를 조금 추가했더니 입이 살짝 얼얼한 것이 얼큰하기까지 하다. 서양음식 느낌이 물씬 나는.... 육개장 같달까? 플랫브래드에 마늘버터를 녹여 바르고 오븐에서 살짝 구워낸 뒤 조금 떼어낸 것을 수저삼아 부드러운 고기와 당근을 입에 넣으면 언 몸을 한 번에 녹일 수 있다.
그릇을 싹싹 긁어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니 나도 덩달아 미소가 번진다. 이 맛에 요리하는거지!
쌀쌀한 겨울에는 모든 재료를 때려놓고 수프에 녹아들 때 까지 푹 끓이는 One pot dish가 딱이다. 정말 어렵지 않으니 시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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