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외국어를 좋아했다. 중학생 때 부터였을까, 혼자 영어 교과서를 펴놓고 인터넷 펜팔친구를 찾아 영어로 채팅하는 걸 취미로 했다. Myspace (그땐 페이스북이 없었지만 내 프로필을 만들고 사진을 올리거나 방명록을 쓰는 소셜 미디어 개념 자체는 비슷하다)S와 hotmail, MSN 메신저 등 여러 나라 친구들과 실제로 꽤나 긴 시간 '사이버 우정'이랄 것을 쌓기도 했다.

 

위스콘신에 산다던 미국인 Zach, 호주에 사는 Mankey, 이름은 잊었지만 hahaha 대신 jajaja라고 웃던 베네수엘라 친구도 아직 기억난다 - 한국에 관심이 많던 여자친구였는데 내가 대학생 때 실제로 서울로 놀러와 명동에서 만나 놀기도 했었지.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난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출처 : https://www.nbcnews.com/id/wbna24161656 08년도 NBC 기사. 자유도가 높아 프로필이 이렇게 시끄럽고 화려했음...

 

 

꽤 친해진 친구과는 가끔 마이크를 켜고 직접 대화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쓰기에 비엔 한참 부족하지만 영어로 말하는 방법을 조금씩 쌓아가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 때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을 체화하면서 그 기반을 꽤 견고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다니던 시절엔 일본 것이라면 꽤 인기가 좋았다. 일본어는 읽지도 못하면서 패션잡지 사진만 구경하는 것도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참고서에 버금가게 비싸도 부모님은 꼭 국제시장 책방골목에 파는 Seventeen 같은 일본잡지를 한 권씩 사주셨다. 가끔 잡지에 따라오는 부록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지.

그렇게 시작한 일본에 대한 관심으로, J-드라마와 J-POP을 들으며 일본어를 독학했다. 지금도 연예인에는 통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당시 아라시의 랩퍼 사쿠라이쇼를 향한 팬심은 찐이었고 그 덕질조차 일본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 결과론 적으로는 꽤 유용한 것이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딱 이런 느낌이었네

 

 

당시 책상 위에 히라가나와 카타카라를 써서 테이프로 붙여두고 늘상 보며 글자부터 익혔고, 일본드라마를 볼 때도 작은 노트를 함께 놓고 한국어 자막과 비교하며 사용된 일본어단어를 잡아내며 보았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드라마였으니, 그건 이미 공부라기보단 일종의 놀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고등학교 졸업 전 한자는 몰라도 간단한 일본어 대화는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혼자서 외국어를 찾아 공부하는 날 보며 아빠 머리를 닮았다고 했다. 실제로 책장엔 아버지가 보시던 꽤 낡은 일본어 책이 꽂혀있었고 내가 공부할 때 요긴히 사용하기도 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대학교는 외국어를 전공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 하나 있는 유럽 특수어 학과로 진학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린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언어를 공부할 생각을 했냐며, 너 만의 전략이 있었냐고 흥미로운 듯 물어보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나도 잘 몰랐다. 별 생각 없었다고 해야할까.

 

대한민국을 모두 통틀어도 1년에 졸업생이 백 명도 나오지 않는 언어니까, 또 그 중엔 언어의 난이도 (★★★★★)에 질려 절반 넘게 다른 살 길을 찾아가니까, 애착을 갖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남들에겐 없는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냥 가끔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방향을 일관성있게 잡고 묵묵히 걸어온 결과 그 생각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2)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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