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씩씩대며 시뻘건 불이 번쩍번쩍 나는 메일을 발송하고 이틀이나 지났을까, 그때의 격한 감정도 바래갈 때 당 협력사의 영업부 General Manager와 문제의 영업담당자의 보스되는 Global Business Development Manager가 연락이 와서는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직접 만나서 자기 회사의 어떤 점이 불만족스러운지, 어떻게 함께 고쳐갈 수 있을 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나도 저질러놓은 게 있으니 그러라고 한 뒤, 미팅 일자를 잡았다.

 

 

 

키가 2m도 넘을 것 같은 스코틀랜드 사람과 인상 좋은 푸짐한 미국 사람이 함께 회사를 방문했고 명함을 주며 악수를 나눴다. 우리팀 리더와 한국인 팀장님도 함께였다. 첫 인상부터 다년간의 영업 수완이 느껴지는 사람들로, 가벼운 농담과 으레 하는 인트로를 주고받으며 미팅을 시작했다.

 

다들 메일을 받고 놀랐다고 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고치고 싶으니 편하게 모두 이야기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걸 정말 모르는걸까 하고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프로페셔널 해야한다.

 

어쨌든 내가 직접적으로 업무를 보는 담당자였기에, 미팅을 리드하여 여태 쌓아놨던 불만 사항들을 콕콕 집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이야기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강한 워딩을 사용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직설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거라 판단한다.

어쨌든 너네 엄청 일 못한다고 면전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미팅은 잘 마무리되었다. 언급된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고,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솔직히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고, 난 여기까지 직접 와줘서 감사하다고 회답했다.

 

 

미팅을 마친 후 게이트로 마중하기 위해 회사 복도를 따라 나갔고, 리더와 팀장님은 내 앞에서 걸어갔다. 으레 하는 현재 프로젝트 이야기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잡담을 하던 차, 내 옆에서 함께 걷던 Business Development Manager가 문득 물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건 만족스럽니? 여기서 앞으로 오래 일할 생각이야?"

 

난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오래 머무를 생각은 전혀 없으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탈출(!) 할 계획이라고 회답하며 웃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매니저는 이상하게도 걷는 스탠스를 살짝 줄이더니, 다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우리랑 같이 일하지 않을래?"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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