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업무 중 굴지의 글로벌 Tier 1 자동차 기업과 새 비즈니스에 관한 내용으로 이야기 나눌 일이 있었는데, 우리 회사의 ESG 정보를 알고 싶으니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의 줄임말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우리 회사에서도 매년 실적발표 시 CEO가 직접 임직원들에게 1년 간 회사가 애썼던 다양한 노력들을 발표할 정도다. 더 이상 돈과 실적이 기업활동의 모든 걸 말하지 않는 시대다.

 

 

 

이번 회계년도가 마무리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매니저와 진행하는 Annual Career Dialogue 연간 커리어 면담이라는게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1년 농사가 어땠는지, 그 동안 내가 회사에 가져다 준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커리어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 묻는 인터뷰다. 근데 뜬금없이 DEI에 대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잉? 작년엔 이런 질문은 없었는데... 대답은... 처참했다.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해외 경험이 10년을 넘었는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영어 원문과 기사를 읽었다. 지금이라도 잘 배워서 그땐 잘 몰랐는데 이만큼 공부해서 이젠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어필하면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DEI는 Diversity, Equity 그리고 Inclusion의 줄임말이다.

Diversity, 다양성은 말 그대로 배경, 나이, 성별, 인종, 국가, 장애여부, 종교, 성적 취향 등을 가진 사람들을 차별없이 대하는 것
Equity, 공정성은 모든 팀원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다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

(Equality 공평성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 주어지는 것으로, 하기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Image source: 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

Inclusion, 포용성은 팀원들 모두가 가치가 있고, 존중 받으며 꾸밈없는 그들 자체로 인정받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쉽게 말해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말고 내 마음 너의 마음 합심하여 같이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융합이 이루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장점은 다양하다. 하기는 포브스 기사를 추려온 항목들로, 몇몇 의견은 내용이 겹치는 관계로 삭제하거나 합하였다.

 

1. 포용적 기업은 성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약 120%로 더 높다.

2. 다양성은 비즈니스의 다양한 얼굴이 될 수 있다.

3. 직원들은 더 큰 안정감, 존중감, 유대감을 느끼며 이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4. 개방적인 아이디어로 더 빠른 기회창출과 경쟁우위 유지가 가능하며, 혁신이 빠르다.

5. 차별없이 환영받고, 성공을 격려하는 문화의 조성은 소속감을 촉진한다.

6. Work From Home 재택근무 번아웃을 개선한다.

7. 다양한 문화로 다양한 고객/시장에 어필하여 그렇지 않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8. 공감하고 연결하는 문화는 팀빌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9. 충성도와 사기가 진작되어 팀원의 근속연수에 도움을 준다.

https://www.forbes.com/sites/forbeshumanresourcescouncil/2021/05/19/15-key-benefits-of-dei-to-communicate-with-team-members/?sh=398a7cad195c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점이다.

 

최근 EDI를 둘러싸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비즈니스는 물론 교육계에서 EDI 회의적 혹은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되려 차별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연구결과가 어렵게 받아들여졌다 하더라도 연구자 개인 혹은 경력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며, 실제로 대학가에서 교수들이 해고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거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아?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Jonathan Haidt 교수의 인터뷰 영상을 보다가 주운 말을 인용하자면...

 

Now equity means equality of outcome.

And the only way to get equality of outcome is to violate procedural fairness.

이제 형평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며, 결과의 평등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절차적 공정성을 위반하는 것 뿐이다.



즉, 절차에 있어 누군가가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또 다른 공정성의 위반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우, DEI로 수용되는 다양한 사람들은 차치하고 기존 기득권들이 또 다른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한 쪽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반대쪽 의견을 골고루 경청하되, 이를 내 경험과 융합하여 나만의 시각을 정립하는 과정은 늘 어렵다. 결론적으로, 후에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면 조금 업그레이드 된 답을 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차원에서 DEI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고, 애사심과 사기(morale)를 유지하여 좋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격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전제조건으로, 임직원 모두가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공동 성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본인과 회사가 함께 커 나가길 바라며 부던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 되려 차별(Reverse Disrimination)을 받지 않도록 회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역차별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한 경우, 직원들이 이를 편하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공감하며, DEI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차별이 아니라 보다 포용적이며 더욱 공평한 직장을 만드는 것임을 설명할 준비가 언제라도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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