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직할 미국 회사와는 취업 허가증이 나온 뒤 근무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별도의 면접같은 건 보지 않았고, 나를 캐스팅했던 미국인과 스코틀랜드인들이 폴란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한 차례 저녁식사를 더 했을 뿐이었다.
해외로 나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업 허가증, 거주증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아 조금 적어보겠다.
거주증 Residence Permit과 취업 허가증 Working Permit은 유럽 취직, 이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서류다.
유럽 영주권이 없다는 가정 하에, 둘 다 고용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위한 퍼밋이므로 주로 고용주의 인사팀에서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거주증을 받은 상태에서 퇴사했다면 해당 사업장에서의 취업 허가는 무효화되고, 당 고용주가 준비해 준 거주증 역시 '시스템' 상으로도 무효가 되지만... 실물 플라스틱 카드에 유효기간이 남아있다면 실제로 시스템에 접속하여 유효성을 검토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은 없다.
거주증을 아직 수령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사했다면, 당연히 사업장이 진행 중인 신청서를 취소하게 된다. 보통 변호사나 이민지원 사무실을 끼고 하는 업무인데, 굳이 퇴사자를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으니까.
어떤 경우든 이직 예정인 회사에서 취업 허가증 (혹은 거주증도 함께)을 다시 신청해야 하며, 상기한 두 번째 케이스의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대기 상태' 차원에서의 거주가 보장된다. 물론 최종 결론이 나올 때 까지 (합법적인) 근무는 할 수 없다.
왜 (합법적인)이냐면, 유럽에 나와있는 대다수의 한국회사들은 취업 허가증을 받기 전임에도 피고용인을 즉시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다. 내 경우도 그랬다. 나로서는 그들이 어떤 법적 근거를 사용하는 지 알 수 없으나, 추후 재직증명서를 떼 봤을 때 실제 근무 시작일이 아닌 취업 허가증이 나온 날을 공식 근무 시작일로 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급을 지체없이 받을 수 있어 장점인지, 경력이 n개월 줄어드는 효과가 나는 점에서 단점인지는 피고용인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 어느 국가라도 그렇듯, 악명높은 관료주의 때문에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반까지도 소요된다. 내 지인은 사무실에서 신청서를 잃어버려 필요한 제반 문서를 다시 한번 준비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유럽 영주권이 있다면 상기 요구사항과 관련없이, 유럽인이 유럽국가에 취업하듯 즉시 근무가 가능하다는 엄청난 메리트가 생긴다! 아쉽게도 영국은 빠져버렸지만...
나도 일반 거주증을 갖고 있던 상태라 이런 상황에서 정확히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그런데 나같은 월급쟁이가 퇴사핑계가 아니면 언제 배터지게 놀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는가? 대신 생산적인 걸 하나 하기로 한다. 바로 영주권 신청하기.
유럽에서 영주권 받을 수 있는 조건은 하기와 같다.
1) 유럽국가에서 5년 간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고
2) 범죄 경력이 없으며
3) 해당 나라를 6개월 이상 비우지 않고
4) 외국어 자격증 B1 이상을 취득하면 된다.
당시의 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고, 호기롭게 혼자 영주권 신청을 준비해보기로 한다. 이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걸 전혀 모른 채로.
(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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